-글 박영란 / 출판사 우리학교
- 청소년 추천도서

■ 책 소개

편의점 가는 기분 게스트하우스 Q

특별한 공간으로 마음을 사로잡는 박영란 작가의 신작

‘열일곱, 지켜야 할 것들이 생겼다.’

외롭고 가난한 인물들을 보듬는 ‘한밤의 편의점’, 조금 이상한 각자가 모여 우리가 되는 ‘게스트하우스’ 등 특별한 공간으로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온 박영란 작가가 이번에는 ‘이층집’의 문을 열었다. 제목부터 호기심을 자아내는 나로 만든 집은 낡은 이층집을 배경으로, 열일곱 살에 집주인이 된 아이가 겪는 위기와 고난, 성장을 담은 작품이다. 담백하면서도 여운이 남는 작가 특유의 문체를 통해, 점점 고조되는 불안과 긴장 속에서도 자신만의 질서를 지켜 나가려 애쓰는 한 아이의 고군분투가 펼쳐진다.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신 뒤, 할아버지와 할머니 손에 자란 경주는 두 분마저 돌아가시자 이층집에 홀로 남는다. 열일곱에 집을 유산으로 받고 주인이 된 경주는 할아버지와 할머니, 자신의 질서가 녹아 있는 집을 지키겠다고 다짐한다. 그러나 삼촌을 필두로 가족들은 집을 팔아 한몫 챙기려는 속셈을 품고 경주를 찾아오기 시작한다. 어른들의 설득과 회유, 협박 속에서도 꿋꿋하게 버티는 경주는 끝까지 자신의 집을 지킬 수 있을까?

■ 출판사 서평

그해 여름, 짙은 어둠 속을 헤치는

주인이 된 아이의 고군분투

“너 몇 살이야?”

“물려받은 유산은 지킬 줄 아는 나이입니다.”

낯설고도 고단한 여름을 보내는 아이가 있다. 이름은 경주, 나이는 열일곱 살, 성별은 여자. 건장하고 뼈대가 굵어서 만만해 보이지 않는 외모가 스스로 생각하는 장점이다. 어른들과 대화할 때 나오는 말투는 딱딱하기 그지없다. “집은 안 팝니다.” 그해 여름, 경주가 가장 많이 입에 올린 문장이다. 꼭 필요한 말과 행동을 단호하고 분명하게 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보호자였던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유산으로 받은 집을 경주가 홀로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집을 팔아 버리려는 어른들 사이에서, 경주는 할아버지의 유언대로 이층집을 지키겠다고 결심한다.

외롭고 가난한 인물들을 보듬는 ‘한밤의 편의점’, 조금 이상한 각자가 모여 우리가 되는 ‘게스트하우스’ 등 특별한 공간으로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박영란 작가가 이번에는 ‘이층집’의 문을 열었다. 5월이면 꽃향기를 뿜어내는 라일락이 정원 한쪽에 군락을 이루고, 할머니의 계획에 따라 퍼즐 조각처럼 자잘하게 구역이 나뉜 텃밭이 자리하고, 자라나는 경주의 꿈이 되어 준 형광 별이 작은방 천장에 붙어 있는 집. 할아버지와 할머니, 경주의 질서가 구석구석에 배어 있는 집이 이제는 오롯이 경주의 소유가 되었다. 열일곱 살에 주인이 된 경주는 이제 자신만의 질서를 지키기 위해 어른이 되기로 마음먹는다.

질서를 무너뜨리려는 어린애 같은 어른들,

모두의 질서를 아우르는 어른 같은 아이들

“그 일은 다 어른들이 알아서 해!”

“그 집에 관한 한 삼촌은 아무 권리가 없습니다.”

경주가 보이는 단호함에는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남긴 당부의 말이 큰 영향을 미친다. 그것은 자신이 피해자라고 우기면서 어느새 가해자로 돌변해 버린 인물, 할아버지와 할머니에게 줄곧 돈을 내놓으라며 생떼를 썼던 사람, ‘삼촌’으로부터 경주를 보호하기 위한 노력이었다. 어린애처럼 말하고 행동하지만 무섭도록 끈질긴 삼촌으로부터 집을 지키기 위해, 무엇보다 삼촌의 운명과 경주의 운명을 떼어 두기 위해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경주에게 집을 물려줬다. 그리고 자신의 권리를 분명히 알릴 줄 알아야 한다는 조언을 남겼다. 경주는 절대 피해자가 되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당당하게 홀로 서기 시작한다.

아직 할머니의 죽음을 견디기에도 힘든 경주에게 삼촌은 집을 팔자고 강요하고 윽박지르며 졸라 대기도 한다. 그런 삼촌에게 경주는 때로 실망하고, 때로 절망하며, 때로 두려움을 느낀다. 자신을 어리숙한 아이로 여기며 무조건 우기기보다는 이성적인 태도로 설득해 주기를 바라기도 한다. 할아버지의 인생이 녹아 있는 유언을 삼촌이 함부로 평가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으려고 마음을 굳게 먹기도 한다.

집을 팔기 위해 애쓰는 어른들은 경주를 포함한 아이들에게 ‘어린 게 뭘 아느냐’고 윽박지른다. 하지만 아이들은 이면에 숨은 어른들의 사정을 살펴보고, 이해하려 애쓴다. 각각의 질서가 충돌하는 한복판에서, 아이들은 눈물과 두려움을 삼키며 세상의 질서를 배우는 동시에 자신만의 질서를 쌓아 나간다.

약하지 않은 아이가 쌓아 올린

견고한 ‘나로 만든 집’

“아빠는 그렇게 하는 편이 더 낫다고 생각했어.”

“나는 내가 더 낫다고 생각하는 일을 했고.”

집을 팔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는 경주의 행동은 단순히 집을, 재산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의도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다. 세상 물정 모르는 한 아이의 고집으로 치부될 일 또한 아니다.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쌓아 왔고, 앞으로 살아나갈 한 사람을 지탱하는 ‘질서’를 지키는 일이다. 슬픔과 두려움에 잡아먹히지 않으려고 스스로를 다잡으며 성장하는 한 아이의 연대기이기도 하다. 자신만의 질서를 무너뜨리지 않으려 발버둥 치고, 타인의 아집이나 욕심에 뒤흔들리면서도 이 악물고 버티는 아이의 모습은 그래서 안쓰러우면서도 고결하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에는 집값이 달린 일이라면 기를 쓰고 달려드는 수많은 사람이 존재한다. 그 가운데 아이는 자신만의 질서를 선택했고, 자기 주도적인 삶으로 발을 디뎠다. 경주에게 집은 단순히 돈으로 환산할 수 있는 재산이 아닌, 잊지 못할 추억이 담긴 소중한 존재이자 자신의 질서를 씌워 가는 독립적인 공간이다. 그곳에 모여드는 아이들은 아직 각자의 질서가 충돌할 때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는 결정하지 못했다. 하지만 어른들의 이혼과 이별, 갈등을 지켜보면서 각자의 방식으로 어른들을 이해하고 용서해 나간다.

점점 더해 가는 불안과 긴장 속에서도 독자들이 이야기의 끝을 향해 지치지 않고 나아갈 수 있도록 돕는 힘은 바로 이러한 아이들의 용기와 노력에서 나온다. 어린애 같은 어른들 사이에서 스스로 어른이 되기로 선택한 열일곱 경주의 성장을 지켜보면서, 독자들은 어느새 경주의 홀로서기를 간절히 응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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