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최영애 / 출판사 : 예담
-일반 교사 추천도서

“난, 70여개의 화분을 데리고 있다.”
학기 초 아이들에게 제 자신을 소개할 때 내는 OX 퀴즈 중의 하나이지요. 그러면 몇몇은 O를 말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안 믿어진다는 표정으로 ‘X’를 외친답니다. 그러나 저는 73개의 화분에 화초들을 키우고 있답니다. 제가 화초를 키우기 시작한 것은 ‘외롭기’ 때문이었습니다. 왠지 모르지만 화분의 화초들을 돌보다 보면 – 돌본다고 해 봤자 물주고 누런 잎 떼어주고 가끔 영양제 주며 잎을 닦아주는 정도지만 – 마음이 편안해지고, 제 자신이 퍽 쓸모 있는 사람처럼 느껴지기도 하거든요. 또 줄기들이 많아지고, 잎이 커지고, 어느새 맺힌 꽃망울들이 벌어지는 모습이 신기하기도 하구요.
이 책은 제가 느낀 식물이 지닌 치유의 힘을 실제 사례들을 통해 전하고 있습니다. 성매매를 하다가 쉼터에 와서 ‘희망은 절망의 다른 이름’이라고 말하던 여성이 래디시를 키우며 더디지만 조금씩 세상을 향해 마음의 문을 열어갑니다. 식물 기르기 프로그램에 참여한 무뚝뚝한 소년이 ‘잡초’를 적으로 생각하고 속속들이 뽑아내다가 잡초의 강인한 생명력을 배우기도 합니다. 누군가는 식물을 돌보며 자신도 보살핌을 받고 자라고 있음을 새삼 깨닫기도 합니다.
우리 학교에서도 식물을 키우는 동아리 ‘시크릿 가든’의 아이들의 변화를 볼 수 있었습니다. 학교 주차장 옆에 화분을 놓고 상추, 토마토, 치커리 등을 키우는 아이들. 녀석들은 모두 조금씩은 자신감이 없고, 학교에 적대적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절대 열릴 것 같지 않았던 토마토가 열리는 것을 보며 신기해하더니 그것들을 모아 작은 샐러드파티를 열고, 여기 저기 떨어진 꽃잎을 주워 압화 책갈피를 만들어 팔기도 하였습니다. 2학기에는 여러 아이들 앞에서 ‘친환경 비료’ 만드는 법도 발표하였습니다. 처음에는 수줍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의 녀석들이 점점 목소리가 커지고 자신감이 붙는 모습을 보며 저는 식물의 힘을 새삼 느꼈습니다.
아이들이나 저나 식물을 키우며 ‘위로’와 ‘힘’을 얻은 것 같습니다. 책 속의 사람들 역시 대단한 성공을 이룬 것은 아니지만 모두 자신의 현재에서 한 발자국은 걸어 나갈 수 있었습니다. 그 식물의 힘을 글쓴이는 ‘위대한 위로’라고 합니다. 나직하면서도 따스한 위로의 이야기들과 마주하며 모두들 조금씩 더 행복해지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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